When something familiar to us like nature itself is recreated as a work of art, artists want viewers to discover what we have so far overlooked, moving beyond the familiar.

To do this the artists enable the viewers see the familiar from new perspectives through the distinctiveness of the space a work of art is set in, changes in a physical space between the work and viewer, and differentiation in the way of concretizing work. Such attempts have been consistently made in contemporary art.
In the land art that emerged in the 1960s, artists drew nature, the environment, and their elements into the territory of art. Robert Smithson took viewers outside of the gallery by raising rivers and wastelands to the level of art; Richard Long drew wood, stone, and earth into the gallery, and Olafur Eliasson artifi- cially reproduced the sun and air forming the weather in a museum. Lee Younghee brings the land into the exhibition venue and enables us to see it from a new perspective by lifting the land that always exists under our feet.

          In Lee’s work the land is hung ‘vertically’ on the wall like a painting, and set for viewers? to appreciate it at diverse levels from steps, departing from its ‘horizontal’ location. What viewers find in her recent series is the land embodied through differentiated installations. The lands in her series, have a consistent material feel and sense of color, seem to be an extension of minimalism, and an application of the adjective ‘modern’ to the lands is in no way awkward. With this simplicity of their surfaces, each work’s stand out more. The curves of the lands are apparent and abundant, and due to the curves’ gentle quality, the lands look modern yet warm. While the artist previously present- ed overlooked life forces in grass sprouting from cracks in the land, in Crack : 12 of 2013 she displays the cracks of the uplifted lands with more dynamic movement, underscoring the roots lifting the lands.
The land’s silhouettes visible when we change our eye level or distance from the piece create larger
curved lines in her recent works. This gives the land a voluptuous quality.
However, this feeling changes as viewers approach the works. The viewer realizes the land in her pieces remains rough and dry, and amazingly finds the land is a reproduction of rice husks. It may be not by chance that the rice husks left after a cycle of rice farming and the land covered with them brings to mind an old mother’s coarse skin. It is also not difficult to perceive that the land embodied as a product of farming is not a mere representation of ancient nature but a nature shared with humankind. Nature in Lee’s work always embraces the traces of civilization from agricultural marks in series to historic vestiges in her early pieces addressing the theme of excavation.
The materials she has chosen to use to represent nature are also products of civilization. The material ‘fiber’ often used in Lee’s work is evidence of civilization in which natural products are processed and used for human life. In her previous series Lee adopted ‘fabrics’ to embody the surface of the lifted land while in series she used dyed cloth and thread to represent the roots lifting the land.

          The artist has constantly used fabrics such as cotton, hemp, ramie, and thread since she began her early pieces. Producing or dealing with fabrics has been traditionally regarded?as a woman’s job. Creative pieces using these materials have been considered crafts. By the 1970s however, attempts to raise crafts to the level of art began. In the 1970s Judy Chicago, a precursor of the feminist art movement used ceramic painting and embroidery for , a dinner gathering inviting great women who were not unappreciated in history. After this, craft techniques labeled as feminine have been positioned in the arena of contem- porary art, reversely using this preconceived notion, as seen in work of Ghada Amer who employed craft techniques to address themes regarded as social taboos or feminism, and Kim Sooja who raised issues through needle work in which an act itself becomes a work of art.

          In Lee’s works roots underpinning the land are also products of craft material and female la- bor. These roots made of textile materials such as thread and fabric may signify the traces of the numerous women who have bustled and supported us throughout history. It is only now that we realize their presence through cracks, even though the women have always been there.


The Ways of Seeing the Familiar
Ahn Jheehyoung (Curator)

익숙함을 보는 방법
안지형 / 큐레이터

          ‘자연’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무엇인가가 그 자체만으로 작품화되었을 때, 작가는 관객들이 ‘익숙함’을 넘어서 그 동안 우리가 간과했던 것들을 작품 속에서 발견하길 원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작품이 설치될 장소의 특수성, 작품과 관객 사이의 물리적 공간의 변화, 혹은 작품을 구체화하는 방법의 차별성 등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익숙했던 것들을 새로운 시선과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와 같은 시도는 꾸준히 현대미술에서 진행되어 왔고, 1960년대 등장한 대지미술을 필두로 작가들은 자연이나 환경, 그리고 이들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강, 황무지 등을 그 자리에서 작품으로 승화시켜 우리의 시선을 전시장 밖으로 돌린 로버트 스미드슨
Robert Smithson, 나무, 돌, 흙 등을 직접 실내의 전시공간으로 끌어들인 리처드 롱Richard Long, 날씨를 형성하는 태양과 공기를 미술관 내부에서 인공적으로 재현해 낸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작품처럼, 이영희는 땅을 전시장 안으로 들여왔다. 그리고 항상 우리의 발 아래서 존재하던 땅을 들어올려 새로운 관점에서 우리와 대면하게 한다.
풀들이 간간히 보이는 이영희 작품 속 땅은 원래의 ‘수평’적인 위치를 벗어나 갤러리 벽에 페인팅처럼 ‘수직’으로 걸리기도 하고 관람객이 계단에 올라 다양한 높이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설치되기도 한다. 그녀가 최근까지 작업해오고 있는 <틈> 시리즈에서 관객이 마주하게 되는 것도 이처럼 차별화 된 설치를 통해 재현된 땅이다. 작품마다 일관적인 재질과 색감을 유지하고 있는 <틈> 시리즈의 땅은 시각적으로 미니멀리즘의 연장선에 놓여있는 듯한 느낌과 함께 땅이라는 단어에 ‘현대적’이라는 형용사의 사용이 어색하지 않게 만든다. 그리고 이 표면의 단순함 덕분에 각 작품의 윤곽은 더욱 강조되어 드러난다. 땅의 곡선은 뚜렷하고 풍부해 보이며, 그 곡선이 주는 부드러움으로 인해 <틈> 시리즈의 대지는 현대적이지만 차갑지 않다. 작가가 그 동안 이렇게 구현된 대지와 그 대지의 틈 사이를 뚫고 나온 풀잎들을 통해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생명력의 힘을 보여줬다면, 2013년의 틈 : 12에서 는 융기된 땅들로 전보다 더 역동적인 풍경을 갖게 된 대지 사이의 틈과 각각의 땅들을 들어올리고 있는 뿌리들이 더욱 부각된다.
우리의 눈높이를 변화 시키거나 작품에서 멀어져야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그녀의 작품 속 대지의 실루엣은 최근작에 이를수록 더 큰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선의 굴곡은 땅을 관능적으로 보이게까지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은 작품에 가까이 다가서면서 바뀌기 시작한다. 관객들은 부드러워 보이던 작품 속의 대지가 사실은 거칠고 물기없이 바짝 말라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나아가 우리가 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왕겨로 땅을 재현해낸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시점에서, 힘든 벼농사의 한 사이클이 끝나야만 얻어지는 왕겨로 덮인 그 땅의 표면이 세월과 함께 거칠고 뻣뻣해진 노모의 피부를 연상시키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농사의 산물로 구현된 그 땅은 태고의 자연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인류와 함께한 흔적을 간직한 자연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임을 인지하는 것 역시 어렵지 않다.
<틈> 시리즈에서 보이는 농경의 흔적, 그리고 유물 발굴을 주제로 한 초기 작품들의 ‘땅’이 간직하고 있던 역사의 흔적에 이르기까지 이영희의 작품에서 자연은 언제나 인간의 손길이 닿은 문명의 흔적들을 품고 있다. 그리고 작가가 그 자연을 재현하기 위해 선택한 재료 역시 문명의 산물이다. 이영희의 작품에서 자주 사용되고있는 ‘섬유’ 역시 인류의 역사에서 자연의 산물을 가공해 인간생활에 사용해온 문명의 증거라고 할 수 있는데, 작가는 전작 <발굴> 시리즈에서 발굴을 위해 들어올려진 땅의 표면을 구현하기 위해 ‘천’을 사용 했고, <틈> 시리즈에서는 땅을 들어올리 고 있는 뿌리들을 재현하기 위해서 염색된 천과 실을 사용했다. 면, 마, 태모시, 실 등의 섬유 재료들은 염색과 바느질 등을 거쳐 작가의 초기작에서부터 꾸준히 사용되고 있는데, 이렇게 섬유를 다루는 일은 전통적으로 여성들만의 일이라고 여겨지던 작업이었고, 이를 이용한 많은 창작품들은 공예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르러 이러한 공예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70년대 페미니스트 미술운동의 리더격이었던 주디 시카고Judy Chicago는 인류의 역사가 잊고 있던 위대한 여성들을 초대하는 저녁 만찬상인 <디너 파티The Dinner Party>를 도자 페인팅과 자수로 제작했다. 이후, 여성적이라는 꼬리표가 달렸던 이 공예기법들은 그 역사적 선입관을 오히려 역으로 이용하여 가다 아메르Ghada Amer처럼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주제나 폐미니즘에 대해서 표현 할 때 사용되기도 하고, 김수자Kim Sooja의 바느질 같이 행위 자체로 작품이 되어 우리에게 화두를 던지기도 하면서 현대 미술의 언어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영희의 작품 속에서 대지 밑을 받치고 있는 뿌리들도 공예의 재료이자 여성 노동의 산물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도 쓰여지고 있는 실과 천이라는 섬유 재료로 만들어진 이 뿌리들은 결국 인류의 역사를 통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쉴 틈 없이 바쁘게 일해오며 우리를 떠받들어온 많은 그녀들의 흔적을 나타낸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벌어진 틈을 통해 우리는 이제서야 그 존재를 인지한 것 같기도 하다. 그녀들은 그곳에서 계속 그렇게 있어 왔는데 말이다.